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겨울 노래 / 오세영

낙동강 파수꾼 2020. 9. 22. 18:13

 

겨울 노래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 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 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蘭)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릴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 「벼랑의 꿈」, 시와시학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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