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가을 손 / 이상범

낙동강 파수꾼 2020. 8. 7. 18:34

 

가을 손

- 서시

 

 

 

두 손을 펴든 채 가을 볕을 받습니다

 

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

 

빈 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

 

비워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

 

눈발 같은 이야기가 정갈하게 씻깁니다

 

거둘 것 없는 마음이 억새꽃을 흩습니다.

 

풀향기 같은 성좌가 머리 위에 얹힙니다

 

죄다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습니다

 

가을 손 조용히 여미면 떠날 날도 보입니다.

 

 

* 「별」, 동학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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