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쓰고 남은 가을볕 / 변학노 - 2003년 11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0. 7. 28. 19:11

 

쓰고 남은 가을볕

 

 

그 옛날 어머니께서 종구라기로 퍼 쓰시고

다독다독 아껴 놓으신 장독대 뙤약볕이

국화꽃

향기에 젖어

몸 풀고 누워 있다

 

뒹굴던 나락멍석도 헛간으로 들어가고

저물녘 땅거미가 고샅길 더듬어 올 때

고추밭

이랑에 누운

가을볕은 옷섶을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