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형광등 / 권보희 - 2001년 3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낙동강 파수꾼 2020. 4. 20. 17:23

 

형광등

 

 

가느다란 막대라도 빛이고 싶었다

구석진 사글세방 천장에 엎드려서

엉켜진 어두움들을 풀어내고 싶었다

 

낮이면 햇빛 아래 잊혀져 버렸어도

밤잠 못 이루는 사람들 곁에 켜져서

졸리운 눈을 비비며 환해지면 좋았다

 

꼬리쪽이 검어진 어느 날 그 저녁

껌먹이다 껌먹이다 끝내 죽고 말아도

한 생애 빛이었다고 기억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