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가느다란 막대라도 빛이고 싶었다
구석진 사글세방 천장에 엎드려서
엉켜진 어두움들을 풀어내고 싶었다
낮이면 햇빛 아래 잊혀져 버렸어도
밤잠 못 이루는 사람들 곁에 켜져서
졸리운 눈을 비비며 환해지면 좋았다
꼬리쪽이 검어진 어느 날 그 저녁
껌먹이다 껌먹이다 끝내 죽고 말아도
한 생애 빛이었다고 기억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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