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오월병(五月病) / 신동문

낙동강 파수꾼 2020. 4. 14. 18:20

 

오월병(五月病)

 

 

오월의 햇살 속에서 카리에스*를 앓는 것은 종달새입니다......  아픈 것은 강

물 굽이나 버들가지 마디나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풀린 하

늘 밑에서 몸살을 앓는 것은 시인의 피부입니다......열 오른 망막에서 씻어보

려는 그 소녀의 얼굴은 이빨자국 난 사과 알 흡사하게 다친 내 심장처럼 오늘

도 옆구리에 종일토록 맺힙니다...... 메말라붙은 눈물자국 채로 돌아다보는

얼굴에는 까닭 모르는 뉘우침의 그늘이 식은 채, 그야말로 ASH TO DEATH**

처럼 뿌려져 주름잡혔습니다......

퍼질 길 없는 주름자국 위에도 오월의 햇살 가루는 눈부시게 부서지지만 마치

치차(齒車) 바퀴에 갈갈이 찢기어 몰려들 듯하는 상념의 촉수에는 언제나 회색

진 기(旗)가 펄럭이다 사그라지는 환상이 어립니다......

이제 새 풀이 돋는 땅 위에서 뒹굴며 카리에스를 심장으로 뇌장으로 앓는 입에

서 새어나오는 노래는 언제나 구절이 토막토막 잘려버리기만 합니다......  저

리는 뼈마디를 목청껏 하소타 못하여 파아란 하늘에서 운석처럼 떨어져보는 종

달새의 날개깃은 찢기인 누구 그 누구 마치 나의 오월의 병처럼 아픕니다 아픕

니다.

 

 * 카리에스 : 뼈가 썩어서 파괴되는 질환으로 결핵균에 의하여 늑골, 척추 등에서 생긴다.

 ** ASH TO DEATH : 죽음의 재(원자회/原子灰)

 

* <내 노동으로>, 솔,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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