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깨를 볶다가 문득 / 김경숙 - 2011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1. 6. 27. 11:38

 

깨를 볶다가 문득

 

 

 

새 달력의 일월은 생깨처럼 비릿하다

자잘한 웃음소리

고소하게 깔리는 게

밑불이

어림해보는

하루하루 기대치

 

낯선 곳이 궁금할 땐 한 번씩 튀는 거다

쉼 없이 휘저어야

골고루 살이 차는

참깨를

볶는 순간도

눈 맞춤이 필요한 법

 

비린끼 걷힌 뒤 공손하게 담긴 것들

버릴 것 하나 없이

단 기름을 꽉 물었다

뭉근한

삼백예순다섯 날도

나를 깨울 밑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