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십삼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 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모사 꽃이옵니다.
*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조광출판사,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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