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코스모스 / 조정권

낙동강 파수꾼 2021. 4. 11. 14:24

 

코스모스

 

 

 

십삼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 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모사 꽃이옵니다.

 

* 「비를 바라보는 일곱 가지 마음의 형태」, 조광출판사,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