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사다리 / 유현주 - 2008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0. 12. 26. 13:55

 

사다리

 

 

 

아버지의 길 하나 담에 기대 있었다

지척에서 닿지 않은 허방을 건너기 위해

예닐곱 걸음을 이어 임시방편 만든 길

 

한발씩 진화해서 도시로 온 사다리는

모로 눕는 일 성에 안 차 바닥에 누웠다

날마다 쇠로 된 지네 그 길로 집에 간다

 

지네의 내장되어 수시로 흔들린다

마디 사이 끼어 있던 오래된 기억들이

이따금 금속성내며 튀어나와 박힐 때

 

다 익은 가을을 눈앞에 두고서도

끊어진 길 이을 수 없어 입맛만 다셨다는

아버지 덜컹거리며 겨울을 건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