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불볕 여름 날
산동네 몇 채 남지 않은 집 부서져서
지게차에 끌려 내려간 뒤
이마 다친 아이들
함석지붕에서 빠져나와 누운
허리 굽은 못들을 줍고 있었다
뼈마디처럼, 육신에
수천의 못을 박고 버텨온
한 채의 집
기다리다 시퍼렇게 녹이 슨
슬퍼서 절로절로 삭아내린
눈물처럼 그렁그렁 흘러나온
못들을, 두 가닥 철길 위에 뉘여
반듯 반듯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매미 시끄럽게 울어대며 잔못을 치는
나무들 이파리마다 구멍이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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