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못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5. 4. 15:19

 

 

 

불볕 여름 날

산동네 몇 채 남지 않은 집 부서져서

지게차에 끌려 내려간 뒤

 

이마 다친 아이들

함석지붕에서 빠져나와 누운

허리 굽은 못들을 줍고 있었다

 

뼈마디처럼, 육신에

수천의 못을 박고 버텨온

한 채의 집

 

기다리다 시퍼렇게 녹이 슨

슬퍼서 절로절로 삭아내린

눈물처럼 그렁그렁 흘러나온

 

못들을, 두 가닥 철길 위에 뉘여

반듯 반듯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매미 시끄럽게 울어대며 잔못을 치는

나무들 이파리마다 구멍이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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