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풍장 . 27 / 황동규

낙동강 파수꾼 2020. 5. 1. 12:45

 

풍장 · 27

 

 

내 세상 뜰 때

우선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입을 가지고 가리.

어둑해진 눈도 소중히 거풀 덮어 지니고 가리.

허나 가을의 어깨를 부축하고

때늦게 오는 저 밤비 소리에

기울이고 있는 귀는 두고 가리.

소리만 듣고도 비 맞는 가을 나무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귀 그냥 두고 가리.

 

* <몰운대 行>, 문학과지성사, 1991 ;  <황동규 시선집 2>, 문학과지성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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