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독방 / 김태경 - 2016년 11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2. 6. 18. 13:25

 

독방

 

 

 

'혀'를 가만 떠올리자 책 귀가 늘어진다

해는 이미 저버렸고 기다림도 끝이 났다

꼭 한 번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었는데

 

애초부터 소리 따윈 들리지 않는 골짝

두꺼운 책 속에서 마른 혀가 자라난다

사라진 그림자 너머 자모 잃은 외침들

 

숨겨도 드러나는 몸을 안은 새 한 마리

갈래진 혀 추스르고 노래를 시작한다

밑바닥 여린 속삭임 하늘에 가 닿을까?

 

축 처진 붉은 혀는 책갈피에 가둬둔 채

조각 난 페이지마다 조등을 달고 보면

도시는 아침이 와도 홰를 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