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겨울 수화(手話) / 용창선 - 2014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1. 9. 22. 08:46

 

겨울 수화(手話)

 

 

 

둥글게 말을 엮는

역 앞의 모녀 한 쌍

철길처럼 곧게 펴진 검지와 중지 사이

차선이 교차하듯이 손가락을 걸친다

 

날리는 눈송이가

여린 살에 저려올 때

속정 깊은 눈망울이 더듬더듬 입을 연다

가파른 말의 벼랑에 피어나는 꽃송이

 

차가운 땅을 밀어

움터오는 새싹들

내 안에 고인 말도 햇볕에 말려 널면

두 손이 실뜨기하듯 길을 여는 겨울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