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미니슈퍼 김씨 / 김지선 - 2011년 6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1. 7. 29. 10:22

 

미니슈퍼 김씨

 

 

 

C상가 끄트머리 미니슈퍼 주인 김씨는

막걸리 달빛 띄워 가슴으로 들이켜고

다 못 쓴 일기 한 장씩 새벽별에 걸어둔다

 

마누라 손맛 담긴 바지락 국 한 그릇은

몇 년 전 떠나버린 신기루와 같은 기억

명치 끝 박힌 우물에 삼킨 말이 고인다

 

매일 밤 잠들지 않는 한 집 건너 편의점엔

출입문 달린 방울 제 목청껏 울어대는가

홀로 선 가게 마루에 먼지 쌓인 몽타주뿐

 

귀 떨어진 소파 위로 노루잠을 흩어놓고

새벽의 가장자리를 멍석처럼 말고 있다

너절한 옷깃 사이로 안개구름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