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장경각에서 각수(刻手)를 만나다 / 유선철 - 2011년 3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낙동강 파수꾼 2021. 7. 18. 13:53

 

장경각에서 각수(刻手)를 만나다

 

 

 

소맷자락 스치면서 한 번쯤 보았을까

박제된 시간의 벽 슬그머니 허물고 온

손마디 굵은 사내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속울음 쟁여놓고 파랗게 벼린 날끝

한 자씩 경을 새긴 팔만의 목판에는

먹물이 안으로 스며

살빛 더욱 또렷한데

 

마구리 감아쥐면 움찔하는 바람의 눈

티끌도 앉지 못할 형형한 활자 위로

들린다, 발자국 소리가

달빛 타고 내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