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실뿌리 / 변정용 - 2006년 7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0. 9. 26. 13:05

 

실뿌리

 

 

 

살아온 길 달팽이 기어간 그 자리가

환하게 실선 되어 도포로 그려진다.

둥우리 옮길 때마다 머문 자리 점철되고.

 

비렁 박토 돌 틈새 비집고 내린 실뿌리

먹구름, 소낙비 담아서 너덜겅에 뿌릴 때

목마른 하얀 입술을 촉촉하게 적신다.

 

안으로 안으로만 옹치고 얽어맨 땅

폭풍우 견딜 줄 아는 백일홍 보듬어서

마실 잠 맛들인 멧새

둥지 틀어 잠재운다.

 

* 너덜겅 : 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