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빈집 / 김명희 - 2004년 10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0. 8. 21. 20:38

 

빈집

 

 

뻐꾹새 울음소리에 감꽃은 몰래 지고

닫다 만 양철대문 기웃대는 訃告(부고) 한 통

마루 끝 야윈 햇살이 부서질 듯 쌓였네.

 

시렁 밑 먹다 남은 시래기 몇 가지만

청춘의 푸른 일기 아삭아삭 읽어 가는데

뭉개진 발자국 깨워 어디로들 떠났는가.

 

바람은, 소금 절인 거짓말만 부려놓고

오동꽃 지기 전에 동네를 빠져나가고

고요가 손님처럼 와 가부좌로 앉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