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화첩 기행 / 김종훈 - 2004년 7월, 중앙시조백일장 차상

낙동강 파수꾼 2020. 8. 13. 21:23

 

화첩 기행

 

 

새로 펼친 화선지에 헐벗은 나무 대여섯

오두막집 찾아가는 가파른 오솔길과

갈기를 세워 달리는 능선도 그려 넣다.

 

눈 위에 또 눈이 내려 잠시 붓을 멈춘다.

여백마다 채워 넣던 풍경들이 지워지고

지나온 길과 길들이 하얗게 드러눕다.

 

길가에 내려서서 눈발 속을 헤집는다

눈사람 하나 없는 까마득한 망망대해

속마저 젖은 사내가 소실점으로 서 있다.

 

눈 멎고 햇살 들자 길들이 다시 걷는다

수묵으로 남은 화판 연둣빛 대담한 터치

붓 자국 스칠 때마다 풀잎들이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