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그 길에서 / 이명자 - 2003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0. 5. 18. 18:18
그 길에서
새들은 산 속에서 초록색 편지를 쓴다
풀잎을 끌어안은 이슬방울 들여다보고
어찌나 맑고 고운지 울먹이며 날아간다.
눈 딱 감고 다 버리자, 무심의 바람처럼
물은 제 빛깔로 늘 낮은 자리 채우고
잘 익은 모과 향기에 온 마을이 젖는다.
물빛 하늘 퉁기면 쏟아질 듯 고인 멜로디
파장의 동그라미 번지는 그 길에서
구름이 가슴으로 쓴 긴 연서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