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비 오는 날 / 이송희 - 2002년 10월,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낙동강 파수꾼 2020. 5. 5. 18:35

 

비 오는 날

 

 

문틈에 끼어 있는 마른 꽃잎 몇 송이

며칠 째 아린 마음 갉아내지 못하고

거칠게 내리는 빗속을 한 달음에 뛰어본다

 

잘게 부순 절망들을 하나 둘 펼쳐놓고

기억 틀에 갇힌 꽃잎 한 올씩 뽑고 싶다

어쩌다 틈새에 걸린 빗방울을 털어내며

 

그래도 휘인 가슴 손끝이 시려온다

막다른 길 가에 벗어 던진 슬픔 몇 점

꼿꼿이 두 발로 선 황토빛 무게 같은

 

아픈 자리 버적대던 아슬한 터널의 끝

저만치 열려있는 말간 시간 깊숙이

어느 새 코끝이 찡한 빛살 하나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