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江 - 중앙시조백일장 입선작

17번 국도에서 / 정혜숙 - 2002년 1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낙동강 파수꾼 2020. 4. 21. 18:22

 

17번 국도에서

 

 

세밑 마지막 주말 국도변의 산자락

은사시나무 맨 몸으로 눈발을 맞고 있다

숨죽인 눈부신 저항 흰 이마가 맑다

 

풍경에 넋잃은 사이 길을 잘못 들었다

다시 되돌아서 삼거리에서 부안 쪽으로

들판엔 세한도 몇 점, 겨울은 이미 깊다

 

희디흰 갈기를 세운 꿈 하나 일어선다

개화를 기다리는 봉인된 희망이 있어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꽃씨를 뿌리는 손들

 

이윽고 빛 이우는 저녁의 고요한 한때

등성이엔 눈시울 붉힌 슬픔 하나 얹혀있다

실직의 고단한 귀거래, 어둠 가르는 새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