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장날 / 노천명
낙동강 파수꾼
2020. 3. 3. 17:42
장날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절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차워지면
이쁜이보다 찹쌀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 <창변>, 매일신보출판부, 1945 ; <사슴 - 노천명 시전집>, 솔,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