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파수꾼 2021. 12. 18. 22:13

 

음악  /  이성복

 

 

 

비 오는 날 차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사,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