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그의 집은 둥글다 / 이태수
낙동강 파수꾼
2021. 7. 26. 17:05
그의 집은 둥글다 / 이태수
그의 집은 둥글다. 하늘과 땅 사이
그의 집, 모든 방들은 둥글다.
모가 난 나의 집, 사각의 방에서
그를 향한 목마름으로 눈감으면
지금의 나와 언젠가 되고 싶은 나 사이에
검고 깊게 흐르는 강.
모가 난 마음으로는
언제까지나 건널 수 없는 강.
신과 인간의 중간 지점에서 그는 그윽하게,
먼지 풀풀 나는 여기 이 쳇바퀴에서 나는
침침하게, 눈을 뜬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의 집은 둥글다. 하늘과 땅 사이
그의 집, 모든 방들은 둥글다.
* 「그의 집은 둥글다」, 문학과지성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