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아버지의 그늘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2. 24. 22:03
아버지의 그늘
남들 전답 챙겨 떠난 고향엔
낮은 뜰 아래 하늘 뒹굴고
켜켜이 이야기를 쌓으며 눈이 내린다
울 밑에 붙어 선 개나리 마른 가지
아버지의 농사는 봄눈이었을까
풀리지 않는 빈손의 어둠을
노랗게 가꾸시던 아버지는
다섯 해 전에 산으로 떠나셨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지붕 타고 내려와 쌓이는 산그늘을 부
지깽이로 휘젖는 저녁, 소죽을 끓이는 아궁이에 검불만 타닥
타닥 불을 튀겼다 불꽃 사위면서 더욱 진한 어둠으로 빠져들
던 유년의 안마당, 성큼 다가서는 서산 숲에서 실눈 뜨고 울
어대는 손톱달이 묵은 묘지 위로 서늘히 빛났다 삽짝길 들어
서는 헛기침 소리에 손톱달조차 깜짝 숨어버렸던가 깊은 어
둠 속으로 당신을 따라 들어서던 해빙의 들바람,시린 물소리,
왁자지껄 안마당에 쏟아지던 그 별은 대체 누구의 것이었을까
헛간 빈 지게 위에 이승을 벗어 놓고
산으로 떠나신 당신
지금은 잔설을 베고 누워
풀리지 않는 시간들을
흐릿한 낮달로 띄워놓고 계실까
해묵은 그리움의 나이테 위로
개나리 마른 가지를 스치며
희끗희끗 시린 눈발이 날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