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의 인생공부 / 최승자
올 여름의 인생공부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앨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
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詩 들여다보기 :
우리에게 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유년을 동경한다. 달관하지 않기 위해, 아이 같은 미소 짓기를 원한다. 아이들의 영혼엔 늘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 우리는 그럴 듯한 것을 계획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모든 사물과 현상을 처음인듯 대하고, 그렇기에 새로운 시선이 살아 꿈틀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 감성을 찾고 싶어 언제나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울고, 아이처럼 웃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소망한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그런 모습이 더욱 그립다.
인생은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힘겨운 건 여전히 힘겨운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어디를 가더라도 외로울 것 같다. 언덕을 넘으면 또 다른 언덕이 나타나듯이.
다르게 살아야 한다.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살아야 한다. 여름엔 특히 부패나 변질이 쉽다. 그래서 '올 여름의 인생공부'를 해야 한다. 모두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외롭다. 외로워도 부패하거나 변질되지 않기 위해 아이처럼 지내야 한다.
시인은 아이의 모습에서 희망의 본질을 찾고 있다. 외로움과 존재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다르게 기도하"고, "다르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달관하지 말"고 "도통하지 말"고 "언제나 아이처럼 울"고 "아이처럼 웃을" 수 있어야 인생은 무료하지 않다. 유명한 예술가가 한물 가고, 유명한 가수가 초라해지고,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처럼은 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늘 새롭게 열어야 할 책임이 있다. 완전한 불행과 완전한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력해야만 한다. 삶을 사랑하고, 희망을 품고 완성을 동경하는 이 모든 것이 인생의 길인지도 모른다. 아이처럼 살아간다면 길을 가다가 멈추는 그날까지도 희망이 있다. 동심은 항상 해맑게 웃으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언제나 진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유년의 기억을 다시 살리고 그렇게 행동하자. 나이가 들수록 동심에 더욱 가까워지자. 우린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 유성인가. 흘러가다가 언젠가 멈춘다. 많은 행성과 부딪쳐 멈출 수도 있고, 빛의 수명이 다해서 해체될 수 있다. 우주공간으로 끝없이 떠돌다 또 다른 행성의 원시 생명체로 태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순수한 동심의 힘으로 진실한 감동과 생생한 느낌을 세상 모든 것에 전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