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삽 한 자루 / 이성선

낙동강 파수꾼 2021. 3. 20. 12:35

 

삽 한 자루

- 산시(山詩 · 51)

 

 

 

삽 한 자루 벽에 기대 섰다

 

흙을 어루만져 씨를 묻고

밭을 뒤집어 노을 갈아 밤을 심어

새벽 열고

 

지금은 묵묵히

몸을 씻은 후 집에 돌아와

벽 앞에 섰다

 

적막한 평화로움

 

나의 손에 부려질 때와는 달리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무심히 자기로 돌아가 있다

 

그러나 저 깊은 손이 어느 날

대지 위에 나를 묻어

하늘로 돌려보내리라

 

* 「산시」, 시와시학사, 1999 ;  「이성선 시전집」, 시와시학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