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황야의 이리 2 / 이건청

낙동강 파수꾼 2021. 1. 9. 17:25

 

황야의 이리 2

 

 

 

탱자나무가 새들을 깃들이듯

저녁부터 새벽까지 어둠이 되듯

침묵하겠다.

풀들이 장수하늘소를 숨긴 채 풀씨를 기르듯

봄부터 가을까지 침묵하겠다.

이빨도 발톱도 어둠에 섞여 깜장이 되겠다.

나는 짖지 않겠다.

말뚝 가까운 자리에 엎드려

바람 소릴 듣겠다.

떨어진 가랑잎들을 몰고 가는 바람소릴 듣겠다.

불 꺼진 골목처럼 어둠이 되겠다.

나는 짖지 않겠다.

밤새도록 깨어 있겠다.

 

* 「하이에나」, 문학세계사,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