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안경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2. 24. 21:20

 

안경

 

 

안경을 쓰기 전엔

흐린 시력 탓이려니 여겼다

 

다 바래었구나

 

지난 이십 년 혹한을 가려주던 단벌 옷

들여다 보니

떠날 때 주고 간 너의

눈물자욱조차 바래 버렸다

소매 끝으로

허연 하늘만이 비친다

 

흐린 시력 탓만이 아니었구나

사람들의 얼굴은 제 스스로

닦아서 지워지고

사랑은 시작부터 비어서 떠난다

보이는 것 하나없이 악수하고 목례를 한다

이별은 이제 우리를 더 이상 적시지 못한다

 

버짐 같은 세상

안경 밖으로 이 세상 낡은 풍경화가 지나가는구나

빛바랜 시간 속엔

허옇게 허옇게 낮달 같은

나의 두 눈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