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낙동강 파수꾼 2020. 2. 29. 12:38

 

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금성(金星)>, 1924. 5 ;  <이장희 전집>, 문장사,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