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그릇 / 오세영
낙동강 파수꾼
2020. 9. 22. 21:21
그릇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히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 「사랑의 저쪽」, 미학사,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