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강과 둑 / 오규원
낙동강 파수꾼
2020. 9. 20. 14:00
강과 둑
강과 둑 사이 강의 물과 둑의 길 사이 강의 물과 강의 물소리 사이 그림자를
내려놓고 있는 미루나무와 미루나무의 그림자를 붙이고 있는 둑 사이 미루나무
에 붙어서 강으로 가는 길을 보고 있는 한 사내와 강물을 지그시 밟고서 강 건
너의 길을 보고 있는 망아지 사이 망아지와 낭미초 사이 낭미초와 들찔레 사이
들찔레 위의 허공과 물 위의 허공 사이 그림자가 먼저 가 있는 강 건너를 향해
퍼득퍼득 날고 있는 새 두 마리와 허덕허덕 강을 건너오는 나비 한 마리 사이
*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문학과지성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