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부도(浮屠) / 홍신선

낙동강 파수꾼 2020. 9. 1. 18:09

 

부도(浮屠)

 

 

죽으면 어디 강진만 갈밭쯤에나 가서

육괴(肉塊)는 벗어서

시장한 갯지렁이 시궁쥐들의 뱃속이나

소문없이 채워주고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면

찬 뼈 두 낱 정도로 견디다가

언젠가는

그것도 다아

이름없는 불개미떼나 미물들에게

툭툭 털어

벗어줄 일이지

쇠막대 울 앞

애꿎은 시누대들만 수척한 띠풀들 사이 끌려나와서

새파랗게 여우눈 맞고 있다.

 

* 「홍신선 시전집」, 산맥출판사,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