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세한도 가는 길 / 유안진

낙동강 파수꾼 2020. 8. 26. 17:55

 

세한도 가는 길

 

 

서리 덮인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오십령 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친 길이다

천명이 일러주는 세한행(歲寒行)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 길을

닳고 터진 알발로

뜨겁게 녹여 가라신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욱자욱 붉게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

 

* 「봄비 한 주머니」, 창작과비평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