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가을 앞에서 / 조태일

낙동강 파수꾼 2020. 8. 9. 12:18

 

가을 앞에서

 

 

이젠 그만 푸르러야겠다.

이젠 그만 서 있어야겠다.

마른풀들이 각각의 색깔로

눕고 사라지는 순간인데

 

나는 쓰러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나는 사라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높푸른 하늘 속으로 빨려가는 새.

물가에 어른거리는 꿈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창작과비평사,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