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파수꾼 2020. 7. 25. 19:05

사물 A

 

 

   사나이의 팔이 달아나고 한 마리의 흰 닭이 구 구 구 잃어버린 목을 좇아 달

린다.  오 나를 부르는 깊은 명령의 겨울 지하실에선 더욱 진지하기 위하여 등

불을 켜놓고 우린 생각의 따스한 닭들을 키운다.  닭들을 키운다.  새벽마다 쓰

라리게 정신의 땅을 판다.   완강한 시간의 사슬이 끊어진 새벽 문지방에서 소

리들은 피를 흘린다.   그리고 그것은 하아얀 액체로 변하더니 이윽고 목이 없

는 한 마리 흰 닭이 되어 저렇게 많은 아침 햇빛 속을 뒤우뚱거리며 뛰기 시작

한다.

 

* 「사물 A」, 삼애사,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