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김수영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 / 김영태
낙동강 파수꾼
2020. 5. 23. 22:21
김수영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
6월 16일은
그대의 제일(祭日)이다
화원에 가도 마음 달랠 꽃이 없어
나는 도보로 그대, 무덤곁으로 간다
무덤은 멀다 노을 아래로
노을을 머리에 이고
타박 타박 낙타처럼 걸어간다
내가 그대에게 줄 것은
식지 않은 사랑뿐이라고
걸으면서 가만히 내 반쪽 심장에
끓이는 더운 물뿐이라고
무덤에 도착하면 오빠곁을 안 떠나는
누이에게 전하리라
말하지 말라고 그대가 눈짓을 보내면
나는 또 장승처럼 서 있다가
타박 타박 산길을 내려오려고 한다
반쪽 심장에는 올 때보다
더 많이 더운 물을
출렁거리면서
우리 마음이 오늘 저녁은 아무데나 가서
맞닿아 있어 서로 빈 손을
크게 벌려 놓지 않으려고 한다
* 「객초」, 문예비평사,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