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風景 - 자작詩

거미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2. 26. 13:43

 

거미

 

 

대청소를 하다보면

집안에 늘 거미줄이 숨어 있다

구석구석 어둡고 습한 곳만 골라

그물을 걸어놓는

거미, 그에게 집은 바다다

허공 깊은 수심 속에 욕망을 쳐두고

생활을 낚는 어부의 여유

가구와 가구 사이를 섬처럼 떠다니며

끌고 다닌 길들을 풀어놓는다

노를 저어 망사무늬 슬픔을 뽑아

치열한 현의 음률로 튕겨 올려

고여 있는 시간들을 파도치게 하는

거미, 그는

낡은 족보다

쓸어내고 털어내도 언제나

거미줄에 가볍게 낚여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