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서해상(西海上)의 낙조 / 이태극

낙동강 파수꾼 2020. 4. 5. 13:44

 

서해상(西海上)의 낙조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근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 나마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드니,

 

아차차 채운(彩雲)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 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 <꽃과 여인>, 동민문화사, 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