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펑튀기 / 김광림

낙동강 파수꾼 2020. 4. 4. 14:00

 

펑튀기

 

 

세상에 무법자치고

이렇게 당당한 놈이 있을까

백주의 거리

한 모퉁이에 버티고 서서

배알이 꼴리는 대로

알맹이만 마구 처넣고

몸통에 불질을 한 다음

발끈 달아오르며

전심으로 분통을 터뜨리는 너

 

너는 미물의 확대주의자

너는 공포도 튀겨버린다

인습의 잠을 깨워

무심한 자를 소스라치게 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올려 놓는다

너로구나

문명사막에서

호통을 치고 다니는 녀석은

 

* <말의 사막에서>, 문학아카데미,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