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춘니(春泥) / 김종길

낙동강 파수꾼 2020. 3. 24. 17:41

 

춘니(春泥)

 

 

 

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軟式庭球)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 <성탄제>, 삼애사,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