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가녀린 떨림 - 자작時調

그대, 바람 앞에서 / 김상우

낙동강 파수꾼 2020. 3. 22. 11:46

 

그대, 바람 앞에서

 

 

유리창 성에꽃은 바람을 몰고 온다

불면의 강물 그 아슴한 기억 따라

꽃사태 아롱질 날들 봄은 이리 먼 건가

 

빈 들판 나목으로 후줄근히 비를 맞고

돌아와 누운 방은 닻을 내린 포구인데

사랑이 죄로 깊어서 눈을 뜨는 하늘의 변(辨)

 

먼 산이 책갈피에 물들어 고운 날은

창호지 바른 문에 맷방석만한 달이 뜨고

스산한 소식도 한 장 풀잎처럼 말랐던가

 

산울음 피말리고 등불 멀리 타다 존다

밤 사이 공양미처럼 백설이 덮인 골에

던져진 사내장부가 열고 나온 저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