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자 - 초대詩 · 時調

종소리 / 박남수

낙동강 파수꾼 2020. 3. 15. 14:38

 

종소리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나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에 실리어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 <신의 쓰레기>, 모음사, 1964 ;  <박남수 전집 1>, 한양대학교 출판원, 1998